<작가노트>

사물들이 가지는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 시간의 상대성을 평면 위에 장노출로서 표현했다. 상대적 시간이 긴 사물들은 시간의 흐름에도 그 형체가 유지되지만, 상대적 시간이 빠른 어떤 것들은 같은 시간에도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흐릿한 흔적만을 남긴다.

이번 작업에서 나는 수명이 각기 다른, 즉 다른 반감기를 가진 물질들이 가지는 상대적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는 차이에서 착안하여, 위안부 어르신들을 병원과 쉼터에서 떼어내어 시간의 흔적만이 남은 평면에 올렸다.

장노출로 기록된 공간 속엔 다양한 사물들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린 모습이 남았는데, 선명히 존재할 수 없는 위안부 어르신의 모습이 어색하고 또 선명하게 남아있다.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이들의 시간은 굉장히 느리다. 치유의 반감기 역시 이들이 겪은 사건에 비례하여 길어지는데, 현재에도 이들의 아픔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상기되고 있다. 무한의 루프에 갇힌 시간처럼, 위안부 어르신들의 트라우마는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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